책은 나의 벗/리뷰

[인물] 마르크스 평전

ibam 2012. 2. 14. 02:37


 



제목 : 마르크스 평전
지은이 : 자크 아탈리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마르크스. 그의 영향력은 온 세계를 뒤덮었다. 책의 저자 자크 아탈리는 머리말에서 ‘몇몇 종교 창시자들을 빼고는 20세기에 그가 누렸던 영향력에 비견될 만한 영향을 세계에 끼치지는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랬던 것에 비해 현재는 그의 이론들과 사상이 쓰레기통에 던져졌으며 그를 연구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분단의 비극으로 인해 땅 덩어리 뿐만 아니라 사상과 학문까지 반으로 잘려나간 한국에서는 마르크스를 금지해왔고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그와 그를 연구하거나 추종하는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저자는 그때의 시대상황과 지금 세계의 상황의 유사점을 찾으며 우리가 다시 마르크스를 읽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마르크스 사상과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해서 배경지식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다. 그저 대략적인 개념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위에서도 말했듯이 한국의 제도권 속의 교육에선 마르크스를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대학교 1학년 경영학과에 입학한 나는 대학의 가르침에 뭔가 갑갑함을 느꼈었고 그래서인지 1학기 후에 군대를 가야한다는 생각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학교공부를 제쳐두고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책읽기에만 전념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읽은 내용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너무 얄팍한 지식이다. 그래서 최근 좀 더 알아감의 즐거움 때문에 그를 읽고 싶었는데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그의 삶부터 들여다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책 전반에 관해서...

마르크스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정치상황,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되어 있어서 폭넓은 이해가 가능했다. 이를 위해 저자 자크 아탈리는 병렬적,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는데 이 서술방식은 위와 같은 장점이 있는 반면에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종종 전개되던 큰 흐름이 깨어지거나 약간 산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들어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물랭 드 라 갈레트』를 그린 시절에 게드는 토지와 노동도구들의 집단적 소유화를 제안했다는 죄목으로 법정에 출두하여 6개월 금고형에 처해진다. (p.584)

여기서 밑줄 친 부분은 전후 문맥과는 아무 연관이 없지만 그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점이다. 다만 시대적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마저도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정신을 놓고 보다보면 머릿속에서 생각은 산으로 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또한 저자는 이야기 중간 중간에 불쑥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예찬을 하기도 하지만 머리말에서 밝힌 것처럼 극단적인 예찬이나 비하를 피하고 나름 객관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옅보인다.


내용에 대한 메모와 생각...


인터네셔널에 관해서
국제적인 사회주의 단체의 조직 ‘인터네셔널’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되었다. 또한 초창기 인터네셔널 안에서의 마르크스와 바쿠닌의 대립관계에 대해서도 흥미로웠는데 프롤레탈리아 독재를 통해서 공산주의를 완성하려는 마르크스와는 다르게 프루동, 슈테르너의 영향으로 무정부주의적인 입장을 폈던 바쿠닌을 보며 한국의 진보진영에 대한 상황도 겹쳐지며 떠올랐다. 학생운동의 두 노선 자주파(NL)와 평등파(PD), 지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이르기까지 진보진영 안에서의 이러한 분열이 과연 어떠한 변증법적 발전을 가져올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우파 (실제로는 제대로된 우파도 아니지만) 편향된 한국에서 이러한 실정은 염려스러운 점이다. 또한 100년이상 전에 유럽에선 공산주의와 무정부주의의 대립이 있었지만 한국에선 아직 제대로 된 좌파도 없다는 점이 씁쓸할 따름이다.


마르크스에 따른 공산주의 도래과정
평전이긴 하지만 그의 주요 저서에 대한 내용과 그의 사상도 꽤 다루어졌다. 그가 주장한 공산주의 도래과정은 크게 자본주의 확산 → 혁명 → 프롤레타리아 독재 → 공산주의 이런 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공산주의의 필요불가결한 전제조건으로 보았던 점이다. 다만 말기에 러시아를 보며 그 예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그는 세계화로 통해 자본주의가 먼저 뒤덮고 자본주의의 모순에 빠져야만 전 세계적인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혁명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어느 단일 국가 안에서만 일어나서는 성공 할 수 없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야지 성공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단다. 또한, 프롤레타리아들이 민주적인 방법(선거 등)으로 정권을 쟁취할 수 있을 땐 그 방법을 이용해야한다고 한다. 이 또한 나에게는 새로운 내용이었다. 지금과 같이 전 세계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고 자본주의의 모순이 조금씩 들어나고 있어서 과연 조금 더 훗날에는 그의 말처럼 자본주의의 모순에 부딪쳐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 사회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의 사회는 정말 마르크스가 묘사한 이런 사회와 같을까..?
“국가가 일단 사라지고 나면, 공산주의가 정착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각자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재화는 풍부하게 무상으로 쓸 수 있으며, 생산수단들은 집단 소유가 될 것이다. 공산주의는 그러니까 단 한 번에 고착되는 사회가 아니라, 각자가 모든 희망들을 이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복하고 창조해가는 개인적인 자유를 향한 중단 없는 운동이다. 자유와 평등은 거기에서 권리에 관한 이론적인 평등이 아니라 실제적인 평등과 개인적인 자유에 의해 양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625~626)


마르크스 사상의 왜곡
마르크스 사상은 엥겔스, 카우츠키, 레닌, 스탈린에 의해 왜곡되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마르크스주의가 레닌, 스탈린에 의해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잘 보여준다. 특히 스탈린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독제’로 만들어 버리는데 자신의 독재에 대한 이론적 합리화로 마르크스 사상을 이용한다. 저자는 이런 스탈린에 대해 미친 짓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격분하는데 내가 보아도 죽은 마르크스가 땅을 칠 일이다.


그 외..
이 밖에도 이 책에는 흥미로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마르크스와 그의 부인 예니, 그의 딸들 예니센, 라우라, 일레아노르에 대한 가족 이야기도 흥미롭다. 마르크스가 다윈을 존경하며 그에게 자신의 대작 자본론 1권을 보내 그가 경의를 표했지만 사실은 그가 자본론을 읽다 말았다는 내용. 러시아 농민들의 토지 공동소유 방식을 높이 사서 러시아에서는 혁명 없이 바로 공산주의 사회로 전환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점 등이다. 이것 외에도 더 많지만 그러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더 이상 쓰지는 않겠다. 아무튼 이 책은 사상의 반쪽을 잃어버린 한국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며 특히 대학생이나 젊은이들은 꼭 일독을 해야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서야 읽은 나 스스로가 안타깝다.


 

 

201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