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나의 벗/리뷰

[철학] 인식론

ibam 2012. 2. 14. 03:05





* 제목 : 인식론
* 지은이 : 황설중
* 출판사 : 민음인

 

  인식론의 입문서로나 교양서적으로 매우 적합한 책인 것 같다. 인식론은 흔히 ‘진리 대응설’(인식과 우리 외부에 실재하는 대상이 일치할 경우 그 지식을 참된 지식(진리)으로 봄)과 ‘진리 정합설’(대상과의 일치여부는 상관없이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이 체계 내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경우 그것을 진리로 봄), 그리고 ‘진리 실용설’(실생활에서 유용하면 진리로 봄)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분류는 인식론을 이해하는데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본다. 이는 표피적인 정보만 알게 할 뿐더러 철학자의 인식론이 이런 분류의 하나로 재단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식론을 철학사적 전개 속에서 고대 회의주의(퓌론주의)에 대한 극복과 한계를 중심으로 설명해 나간다.

 

 ‘상식적 실재론’에서 시작하여 로크의 ‘대표 실재론’, 버클리의 ‘주관적 관념론’과 ‘객관적 관념론’, 파스칼의 ‘신앙주의’를 거쳐 칸트와 헤겔의 회의주의 극복까지 서술한다. 또한 삶에 대한 이해가 인식론에서가 아니라 삶 자체로 옮겨지는 현대의 아펠(선험 화용론), 딜타이와 가다머의 해석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사적 긴 여정을 거쳐 인식론을 설명해 나간다. 책의 말미에는 ‘우리의 삶에서 인식론이 과연 필요한가?’라며 인식론 자체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프래그머티스트인 리처드 로티의 주장에 대해 아래와 같이 변론하며 책을 끝맺는다.

 

 ‘인식론의 제한적인 효용성이나 전면적인 무용성을 주장한다 해도, 그것은 바로 인식론적 물음 자체에 대한 숙고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식론의 한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하지 않고서 인식론의 물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중략) ‘인식에서 실천으로’의 전회는 사실상 인식론적 물음과의 고투를 통해서만 그 의의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식을 검사한다는 생각은 낡아 빠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고 추구하는 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요소일 것이다.’ (p.169~170)

 


2011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