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vs변희재 토론에 대해서 누가 이겼나, 누가 졌나 말이 많이 많이 나오고 있다. 토론에 누가 앞섰는지를 떠나 이런 식의 토론이 과연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 개선시키고 바꾸는데 있어서 얼마나 유의한 영향력을 가지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민주 사회에서 소통과 토론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과연 '무엇을 위해서?'라는 물음 아래에 생각해 볼 때, 이들의 토론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내 쪽의 승리'를 위해 싸우는 것 같다. 각종 팩트들도 자신의 주장에 알맞게 재가공되는 듯하고, 결론도 그래서 어떻게 우리가 노력해 나아가야 하는지 보다는 승리를 증거하는 것에 불과한 것 같다. 건설적이기 보다는 소비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너무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토론이라 함은 자신이 옳다 또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득력있게 주장함으로써 남들의 인정을 끌어내고 나아가서는 그러한 생각과 행위에 이르도록 하는 인정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잠재적 발언에 대한 힘을 쟁취하기 위한 권력투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좀 아쉽다.

물론 이는 지극히 나의 주관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들의 행위 자체가 실제로 사회에서 전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토론이라는 것이 수단과 도구로 쓰이는 것이지, 그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주석) 따라서 그 수단 자체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당장에 인터넷에서만 검색해봐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과연 옳은 주장인지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어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기보다는, 그들의 토론에서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가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어쩌면 진중권과 변희재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적대적 공존관계일지도 모르겠다.


* 여기서 두 가지 정도의 예외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만약 당사자들이 토론 자체를 단지 재미로 하는 것이라 한다면 그들에게는 그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하다면 지금과 같이 공개적으로 방송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럼에도 굳이 방송을 한다면 제 3자인 청자의 입장에서는 마치 스포츠나 게임 방송처럼 그냥 흥미로 들으면 그만이다. 두 번째로 당사자들이 토론을 하며 그 행위 자체가 그들의 자아실현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본다 하더라도 위의 예(재미로 하는 것)와 별 다를 바가 없다. 결국엔 공적 영역의 행위라기 보다는 사적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